선대묘역
경재공 묘역









敬齋公 墓碑文 (경재공 묘비문)

고려의 국운이 기울어짐에 야은이 가고 포은이 죽고 목은이 절개를 꺾지 않고 몸을 마치니 이것은 그 의를 행함에 있어 각기 그 방법은 다르나, 나라를 위해 헌신함에 있어서는 같은 것이다.

敬齋 洪공은 그의 뜻을 숨기었고, 사람에게 알리지 않으려한 그의 자취는 아름다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자들이 논평하기를 선생을 三隱의 열에 두었으니 어찌 근거 없이 평한 것이리요.

공양왕 임신년(1392년)에 선생이 문하사인으로서 병을 청탁하고 저보도 기다리지 않고, 율리 고향으로 돌아와 버리었다. 얼마 안되어 포은의 죽음을 듣고 슬퍼하여 "사람과 나라가 함께 亡했도다"하고 이로부터 슬픔에 잠겨 그해 7월초에 병을 얻었는데 17일 새벽에 일어나 "지난 밤 꿈에 태조대왕을 뵈었다.  나는 오늘 죽을 것이다"하고 사당에 들어가 절하고 아버님인 진사공 침실에 나아가서 꿇어 앉아 가르침을 받고 다시 북쪽을 향해 임금님께 四拜 한 후 의관을 바고 하고 자리에 누워 자는 듯이 죽으니 그때의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공의 이름은 魯. 자는 得之라 했고, 일곱 살에 효경에 통했으며 커서는 뜻을 성리학에 두었다. 아버님 진사공의 명으로 벼슬길에 나섰다. 스물둘에 생원이 되고, 스물다섯에 별시에 합격했다. 그때가 공양왕 2년(1390년)이었다. 차례를 밟지 않고 좌습유가 되고 한림학사를 거쳐 문하사인에 올랐다.

일찍이 이색 조민수등을 죄에 걸리지 않게 밀계를 올려 구하기도 했다.

공이 병이라 말하고 돌아온 후에 포은이 듣고 탄식하며 말하기를 "득지 득지로다"라고 했다 한다. 이것은 공의 자를  희롱해서 말한 것이다. (득지가 얻었다 즉 선생이 그의 뜻을 잃지않고 얻었다는 뜻임) 공이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님 진사공이 묻기를 "돌아올 때 포은을 찾아가 보았느냐"고 하니 공은 슬픈 빛을 띠며 "그의 마음을 알고 있사온데 찾아가보면 무얼 하겠습니까. 찾아가 보았다면 돌아가기를 허락지 않을 것이요, 그러면 돌아올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고 대답했다.

공은 조정의 저보를 받고도 일부러 보지 않았으며, 김진양 등이 소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는 탄식해 말하기를 장차 죽을 사람들의 허황한 소리라고 할 뿐이었다

공은 도연명의 시를 몹시 좋아했으며, 달이 밝으면 밤이 깊을 때까지 단정히 앉아 시를 읊조리니 그 음성이 비장하였다. 아버님 진사공이 마음이 아파 "한가하여 심심한데 야은 이나 찾아가보라"고 하니 공은 "그분은 시망이 있어 더불어 내왕하면 스스로 표를 내는 것밖에 안됩니다"고 대답했다.  당시 야은은 관직을 버리고 금오산 밑으로 내려온지 이미 3년이 되었었다.

공은 缶林 사람으로서 洪씨가 부림으로 관향한 것은 시중 난(鸞) 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서 인단 두 대는 연이어 좌복야를 지냈고, 좌복야 인단은 문정을 낳았는데 이가 공의 증조이며, 조부는 연으로 감무를 지냈으며, 아버님 민구는 진사로서 어머님을 효도로 섬겼고 익재 목은과 교유하여 그 이름이 당세에 알려졌었다. 공의 배위는 위씨인데 상공 신철의 따님으로 한아들을 두었으니 재명이다. 공의 무덤은 부계 동쪽 시현 간좌지원에 있다.

3백 70년이 지난 지금 그 자손이 번성해 수만 여명에 이르렀다. 공의 시몇편이 전하여지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말하기를 우리 나라의 정주학은 포은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공의 시를 보면 의취와 견식이 완연히 정주학 에서 나왔음을 알 수가 있고, 공의 학문의 연원은 포은 에게서 얻었으며, 출처의 바름과 지절의 굳음이 소박한 학문에 유래되지 않음이 없음을 더욱 믿게 한다.

공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이것을 꼭 상고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명해 가로대 도연명이 죽으매 자양이 "진나라의 처사가 그 생애를 마쳤다"고 특서 했는데 공은 문앞에 다섯그루의 버드나무를 심어 시상고촉을 벗삼았으니 공의 무덤 비석에 "고려사인을 여기 간직했다"고 써도 족하리라.

 

정대부 행호조판서 겸 판의금부사 홍문관제학 예문관제학 지춘추관사

 

채재공 지음

리스트

문광공 묘역
No Data
  • 대보사
  • 국립민속박물관
  • 문화재청
  • 한국국학진흥원
  • 성균관
  •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자동수집되는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